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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판소리 세계에서는 ‘초라합니다’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초라한지도 스스로 의심해봐야 하는데, 1인극 세계에서는 전 정말 초라하거든요. 그래서 자꾸 어렵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같아요.”
소리꾼 출신의 배우 이자람(46)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잘 세워진 소리꾼 이자람 명성에 다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내가 서 있는 땅이 진짜 단단하긴 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자람은 ‘프리마 파시’에서 주인공 ‘테사’역을 맡았다. 배우 김신록·차지연이 같은 역을 연기한다.
‘프리마 파시’는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화제작이다. 2023년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의 작품으로 법정에서 오직 승소만을 좇던 야심만만한 변호사 ‘테사’가 하루 아침에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 법 체제와 맞서는 782일 간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다.
이 작품은 이자람에게 여섯번째 연극이다. 하지만 1인극은 처음이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어려움’과 ‘새로움’이 동시에 충족되면 도전한다”며 “어려워서 휘청거릴 수 있다면 간다. ‘프리마 파시’는 충분히 어려워 보였고, 너무 새로워 보여서 당연히 직진하는 일종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익숙치 않은데 사고를 넓혀주는 것들이 어렵고 새로운 것 같다. 그냥 새롭기만 하거나, 어렵기만 한 것 말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며 “그 세계에 갔을 때 내가 완전히 ‘신입’이 될 수 있는 곳, 신입이라서 배울게 많고 넘어질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의 어느 부분에 매료됐는지를 묻자 “작품의 의의와 가치보다 개인의 첫 경험으로서 도전하고, 떨린 점이 컸다”며 “관객을 만나자마자 깨달은 건 ‘그 이상의 큰 일이구나’, ‘목적과 의도가 함께 있는 공연’이라는 것이다. 기회이자 도전이지만 ‘이렇게 큰 의미의 공연이 나한테 한꺼번에 올 수 있지? 무섭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극에서 테사는 동료 변호사 줄리언과 ‘썸’을 타다 성폭행을 당한다. 이미 한차례 잠자리를 했고, 데이트를 하고,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자기 의사에 반해 줄리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테사는 충격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테사는 그동안 법정에서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이용해 가해자를 변호하며 승소에만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성폭행 피해자로 사회적 시선과 법에 모순에 맞서 싸우게 된다.
작품의 메시지가 수지 밀러의 의도와 다르게 ‘성폭행이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영상이 떠오르는데, 한 사람이 손님에게 ‘뜨거운 차를 준비했다. 차를 마실래요(성적 동의에 자주 쓰이는 은유)’?’라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서 차를 우렸다. 그래서 마시라고 차를 줬더니 (갑자기) 안마시는 거다. 섹스도 그런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대방이 옷을 다 벗었어도 ‘나 지금 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 안 해야 되는 게 맞다. 내가 옷을 벗었다고 해도 그 단계 단계마다 이 주체는 계속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사가 가해 변호사와 이전에 성관계가 있었고, ‘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분명히 범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이런 주제를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논의들을 계속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면 이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 아니겠나”고 했다.
이자람은 1인극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전통 판소리는 제 몸에 30년 넘게 인이 박이게 들어왔던 말이다. 자유롭게 변형도 할 수 있고, 제가 작가니까 작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면서 “그러나 이 작품은 수지 밀러라는 작가를 곱씹어서 수년간 만들어 테사 앤슬러가 내뱉고 있는 말을 저의 몸을 빌려서 하는 거잖나”라고 했다.
이어 “무대 위에서 딴 생각이 안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제가 테사 앤슬러가 돼서 막 연기해야 되는데 ‘내가 템포가 어그러졌나’ 이러고 있더라”면서 “무대에서 자꾸 몸 상태에 신경 쓰는 ‘이 사람'(본인)이 자꾸 방해하는 것이다. 그런 자의식을 최대한 없애고 이 말들이 꿰어진 순서대로 잘 흘러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여성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을 때 소감에 대해선 “지금까지 12회까지 연기했는데, 9회 공연에서 깨달은 건 재판에서 지는 순간에 일어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너무 늦게 깨달은 듯 하다. 내 그릇이니깐 어쩔 수 없지만 거기서 감동을 받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1인극이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했다.
“지금 다방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엔 초라함도 있고 제 한계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만나며 그 인물(테사)로서 계속 뭔가 발견하고 있어요. 연극 배우들은 이런 시간을 계속 겪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이게 다 끝나면 또 성장해 있겠구나 하는 기대 하나로 이 모든 초라함과 패배감을 이겨내고 있어요.”
‘프리마 파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판소리 세계에서는 ‘초라합니다’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초라한지도 스스로 의심해봐야 하는데, 1인극 세계에서는 전 정말 초라하거든요. 그래서 자꾸 어렵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같아요.”소리꾼 출신의 배우 이자람(46)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말했다.그러면서 “잘 세워진 소리꾼 이자람 명성에 다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내가 서 있는 땅이 진짜 단단하긴 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자람은 ‘프리마 파시’에서 주인공 ‘테사’역을 맡았다. 배우 김신록·차지연이 같은 역을 연기한다. ‘프리마 파시’는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화제작이다. 2023년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의 작품으로 법정에서 오직 승소만을 좇던 야심만만한 변호사 ‘테사’가 하루 아침에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 법 체제와 맞서는 782일 간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다. 이 작품은 이자람에게 여섯번째 연극이다. 하지만 1인극은 처음이다.그는 “기회가 왔을 때 ‘어려움’과 ‘새로움’이 동시에 충족되면 도전한다”며 “어려워서 휘청거릴 수 있다면 간다. ‘프리마 파시’는 충분히 어려워 보였고, 너무 새로워 보여서 당연히 직진하는 일종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익숙치 않은데 사고를 넓혀주는 것들이 어렵고 새로운 것 같다. 그냥 새롭기만 하거나, 어렵기만 한 것 말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며 “그 세계에 갔을 때 내가 완전히 ‘신입’이 될 수 있는 곳, 신입이라서 배울게 많고 넘어질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의 어느 부분에 매료됐는지를 묻자 “작품의 의의와 가치보다 개인의 첫 경험으로서 도전하고, 떨린 점이 컸다”며 “관객을 만나자마자 깨달은 건 ‘그 이상의 큰 일이구나’, ‘목적과 의도가 함께 있는 공연’이라는 것이다. 기회이자 도전이지만 ‘이렇게 큰 의미의 공연이 나한테 한꺼번에 올 수 있지? 무섭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극에서 테사는 동료 변호사 줄리언과 ‘썸’을 타다 성폭행을 당한다. 이미 한차례 잠자리를 했고, 데이트를 하고,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자기 의사에 반해 줄리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테사는 충격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테사는 그동안 법정에서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이용해 가해자를 변호하며 승소에만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성폭행 피해자로 사회적 시선과 법에 모순에 맞서 싸우게 된다.작품의 메시지가 수지 밀러의 의도와 다르게 ‘성폭행이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영상이 떠오르는데, 한 사람이 손님에게 ‘뜨거운 차를 준비했다. 차를 마실래요(성적 동의에 자주 쓰이는 은유)’?’라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서 차를 우렸다. 그래서 마시라고 차를 줬더니 (갑자기) 안마시는 거다. 섹스도 그런 것 같다”고 반박했다.이어 “상대방이 옷을 다 벗었어도 ‘나 지금 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 안 해야 되는 게 맞다. 내가 옷을 벗었다고 해도 그 단계 단계마다 이 주체는 계속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사가 가해 변호사와 이전에 성관계가 있었고, ‘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분명히 범죄라는 것이다.그러면서 “계속 이런 주제를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논의들을 계속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면 이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 아니겠나”고 했다. 이자람은 1인극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그는 “전통 판소리는 제 몸에 30년 넘게 인이 박이게 들어왔던 말이다. 자유롭게 변형도 할 수 있고, 제가 작가니까 작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면서 “그러나 이 작품은 수지 밀러라는 작가를 곱씹어서 수년간 만들어 테사 앤슬러가 내뱉고 있는 말을 저의 몸을 빌려서 하는 거잖나”라고 했다.이어 “무대 위에서 딴 생각이 안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제가 테사 앤슬러가 돼서 막 연기해야 되는데 ‘내가 템포가 어그러졌나’ 이러고 있더라”면서 “무대에서 자꾸 몸 상태에 신경 쓰는 ‘이 사람'(본인)이 자꾸 방해하는 것이다. 그런 자의식을 최대한 없애고 이 말들이 꿰어진 순서대로 잘 흘러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여성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을 때 소감에 대해선 “지금까지 12회까지 연기했는데, 9회 공연에서 깨달은 건 재판에서 지는 순간에 일어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너무 늦게 깨달은 듯 하다. 내 그릇이니깐 어쩔 수 없지만 거기서 감동을 받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1인극이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했다. “지금 다방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엔 초라함도 있고 제 한계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만나며 그 인물(테사)로서 계속 뭔가 발견하고 있어요. 연극 배우들은 이런 시간을 계속 겪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이게 다 끝나면 또 성장해 있겠구나 하는 기대 하나로 이 모든 초라함과 패배감을 이겨내고 있어요.” ‘프리마 파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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