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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뉴시스]이수정 기자 = “북어 마른 걸 그냥 넣으시면 안 됩니다. 물에 한 번 적셔서 넣으셔야 해요”
요리교실 강사가 손에 북어를 한 움큼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의 메뉴는 북어콩나물국과 배추두부무침.
배추를 씻으며 시범 요리를 선보이던 강사 앞에는 ‘평균 나이 70세’ 남성 어르신들이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앉아 있었다. 강사의 시범을 보던 이들의 눈에서는 새로운 음식을 배우기 위한 열의가 가득 찼다.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남겨진 뒤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이곳에 모인 이들이다.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전날 뉴시스가 찾은 경기도 동두천시 노인복지관에서는 독거 남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수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기획한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의 일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로 나타났다.
동시에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보면 신체·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 비율을 나타내는 사회적 고립도는 60세 이상에서 40.7%로 조사됐다. 남성 고령층의 경우, 60대 46.6명, 70대 63.9명, 80세 이상 115.8명 등으로 자살률도 높았다.
생명보험재단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고독한 생활에 머물러 있는 남성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생명보험재단은 요리 교실처럼 일상생활 자립에 필요한 정리 수납, 위생 관리, 금전 관리를 돕고, 스마트폰 활용 교육, 음악·미술교실 등도 지원한다. 정리 수납 시간을 통해서는 ‘빨래나 셔츠 개는 법’도 배운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몸 펴기 운동, 치매 예방 프로그램(코트라스)으로 인지훈련도 함께한다.
2018년부터 함께한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외에 전국 15개 센터에서 시행 중이며, 지난해 기준 누적 5461명이 참여했다. 동두천시 노인복지관은 올해 30명의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날 강사의 시범 요리가 끝나자, 어르신들은 마련된 주방에서 2인 1조로 요리에 돌입했다. 배운 대로 배추를 씻고, 콩나물과 파를 다듬었다.
능숙하게 콩나물을 다듬던 윤영권(70)씨는 “이렇게 해서 집에 가져가면 2~3일은 먹을 수 있다”며 “이제는 집에 가서 혼자 음식을 해 먹는다. 김치찌개, 된장찌개가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함께 요리하던 최기수(77)씨도 “요리는 다 자신 있다”며 “이 시간이 가장 재밌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간의 유대 관계를 쌓는다. 서로의 친구가 되고, 서로의 또 다른 가족이 된다. 3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끝나가는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만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구매한 1만원어치 재료로 음식을 해, 동두천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서는 ‘감사의 편지’가 돌아왔다. 또 다른 사회적 유대관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날 오전에는 악기 ‘칼림바’를 활용한 음악 교실도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손에 하나씩 칼림바를 들었다. 돋보기 너머로 악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도(1), 레(2), 미(3) 등 계 이름마다 숫자 스티커가 붙어 있어 악보를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숫자 만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었다.
나훈아의 노래 ‘홍시’에 맞춰 칼림바를 연주하던 김진혁(65)씨는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 와서 이것 저것 배우니 좋다”며 “나에게 이곳은 복지관이 아니고 ‘행복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40대 무렵부터 정장 판매부터 일용직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세 자녀를 혼자 키워냈다. 자녀들이 모두 커서 떠난 지금, 적적한 마음도 잠시 이곳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나가고 있다.
3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는 황의화(75)씨도 “악기 연주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분위기도 좋고,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아침에 보면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니 좋다”며 “요즘은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 곳곳에는 미술 교실에서 만든 색칠 가면, 직접 키우는 식물 등이 놓였다. 수업을 모두 수료하면 여느 학생들처럼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도 찍는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수료한 이들 중 일부는 월마다 한번씩 모여 텃밭도 가꾼다.
지난해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 74명은 참여 후 일상생활 개선(37%), 건강 및 정서 지원(31%), 삶의 질 향상(15%), 고립감 해소(9%) 등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생명보험재단 사업 담당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 독거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주적인 삶의 태도를 되찾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요리교실, 정리수납 등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으며, 음악교실과 같은 여가 프로그램 역시 삶의 활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재단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외에도 어르신들이 바리스타와 제빵사로 상품을 제작·판매하고, 청년들이 홍보·마케팅 등을 담당해 함께 수익을 내는 세대통합형 일자리 모델 ‘할로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동두천=뉴시스]이수정 기자 = “북어 마른 걸 그냥 넣으시면 안 됩니다. 물에 한 번 적셔서 넣으셔야 해요”요리교실 강사가 손에 북어를 한 움큼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의 메뉴는 북어콩나물국과 배추두부무침. 배추를 씻으며 시범 요리를 선보이던 강사 앞에는 ‘평균 나이 70세’ 남성 어르신들이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앉아 있었다. 강사의 시범을 보던 이들의 눈에서는 새로운 음식을 배우기 위한 열의가 가득 찼다.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남겨진 뒤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이곳에 모인 이들이다.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전날 뉴시스가 찾은 경기도 동두천시 노인복지관에서는 독거 남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수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기획한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의 일환이다.통계청이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로 나타났다.동시에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보면 신체·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 비율을 나타내는 사회적 고립도는 60세 이상에서 40.7%로 조사됐다. 남성 고령층의 경우, 60대 46.6명, 70대 63.9명, 80세 이상 115.8명 등으로 자살률도 높았다.생명보험재단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고독한 생활에 머물러 있는 남성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생명보험재단은 요리 교실처럼 일상생활 자립에 필요한 정리 수납, 위생 관리, 금전 관리를 돕고, 스마트폰 활용 교육, 음악·미술교실 등도 지원한다. 정리 수납 시간을 통해서는 ‘빨래나 셔츠 개는 법’도 배운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몸 펴기 운동, 치매 예방 프로그램(코트라스)으로 인지훈련도 함께한다. 2018년부터 함께한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외에 전국 15개 센터에서 시행 중이며, 지난해 기준 누적 5461명이 참여했다. 동두천시 노인복지관은 올해 30명의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날 강사의 시범 요리가 끝나자, 어르신들은 마련된 주방에서 2인 1조로 요리에 돌입했다. 배운 대로 배추를 씻고, 콩나물과 파를 다듬었다. 능숙하게 콩나물을 다듬던 윤영권(70)씨는 “이렇게 해서 집에 가져가면 2~3일은 먹을 수 있다”며 “이제는 집에 가서 혼자 음식을 해 먹는다. 김치찌개, 된장찌개가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함께 요리하던 최기수(77)씨도 “요리는 다 자신 있다”며 “이 시간이 가장 재밌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간의 유대 관계를 쌓는다. 서로의 친구가 되고, 서로의 또 다른 가족이 된다. 3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끝나가는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만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구매한 1만원어치 재료로 음식을 해, 동두천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서는 ‘감사의 편지’가 돌아왔다. 또 다른 사회적 유대관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날 오전에는 악기 ‘칼림바’를 활용한 음악 교실도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손에 하나씩 칼림바를 들었다. 돋보기 너머로 악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도(1), 레(2), 미(3) 등 계 이름마다 숫자 스티커가 붙어 있어 악보를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숫자 만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었다. 나훈아의 노래 ‘홍시’에 맞춰 칼림바를 연주하던 김진혁(65)씨는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 와서 이것 저것 배우니 좋다”며 “나에게 이곳은 복지관이 아니고 ‘행복관’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씨는 40대 무렵부터 정장 판매부터 일용직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세 자녀를 혼자 키워냈다. 자녀들이 모두 커서 떠난 지금, 적적한 마음도 잠시 이곳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나가고 있다. 3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는 황의화(75)씨도 “악기 연주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분위기도 좋고,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아침에 보면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니 좋다”며 “요즘은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수업이 진행되는 교실 곳곳에는 미술 교실에서 만든 색칠 가면, 직접 키우는 식물 등이 놓였다. 수업을 모두 수료하면 여느 학생들처럼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도 찍는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수료한 이들 중 일부는 월마다 한번씩 모여 텃밭도 가꾼다. 지난해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 74명은 참여 후 일상생활 개선(37%), 건강 및 정서 지원(31%), 삶의 질 향상(15%), 고립감 해소(9%) 등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생명보험재단 사업 담당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 독거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주적인 삶의 태도를 되찾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요리교실, 정리수납 등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으며, 음악교실과 같은 여가 프로그램 역시 삶의 활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재단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외에도 어르신들이 바리스타와 제빵사로 상품을 제작·판매하고, 청년들이 홍보·마케팅 등을 담당해 함께 수익을 내는 세대통합형 일자리 모델 ‘할로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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